넋두리

징크스란...

골수야당 2010. 6. 16. 23:36

부적의 힘으로 자기에게 닥칠 좋지 않은 일들을 막아보자는 인간의 심성은 약하기만 합니다만 부적 중엔 재앙과 액운을 물리치는 양벽부(禳僻符)라는 것이 있습니다. 범용 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양벽은 우리 전통사회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해졌죠.

눈병이 생기면 속눈썹 하나를 뽑아 조그만 돌집 속에 넣어 두고는 누가 그걸 발로 차면 눈병이 그 사람에게로 옮겨간다고 해서 하던 양벽이 있고, 농경사회에서 정월 대보름날에 귀밝이 술을 마신다든지 부럼을 깨문다든지 하는 풍속도 다 양벽이고... 이렇게 잘 되기를 바라면서 하는 행위들을 양벽이라고 합니다.

금기(禁忌)도 있었습니다. 어떤 특정 대상이나 행위를 꺼리어 피하는 것이 금기인데, 상제가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거나, 밤에는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는 것들이 금기의 실천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징크스(Jinx)'라는 외래어가 많이 쓰입니다.

징크스는 불길한 일, 재수 없는 일을 말합니다. 또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이 마련되면 일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일이 징크스입니다.

월드컵에 관련한 징크스로는 펠레가 우승을 예상한 국가는 우승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조한 성적으로 탈락한다는 펠레의 저주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른 예로, 운동선수가 아침에 면도를 하면 그날 경기에 진다는 생각따위가 징크스입니다. 어쩌다 면도를 했는데 경기에 졌다면 징크스가 지켜진 것이고 경기에 이겼다면 징크스가 깨진 것이죠.

그러나 흰 양말을 신으면 월척이 낚인다는 낚시꾼의 생각은 징크스가 아닙니다. 징크스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니 낚시꾼의 흰 양말은 징크스가 아니라 양벽이죠.

마음 속에 징크스를 품고 있는 사람은 그런 징크스를 일으키는 상황을 피합니다. 면도를 하면 그날 경기에 지는 징크스를 가진 사람은 면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이때 면도는 그 운동선수에게는 금기 사항입니다.

"경기에 이기면 그때 입었던 속옷을 계속 입어야 경기에 승리한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어느 프로야구 감독님의 말 중 하나입니다. (조금 지저분하죠? ^^) 운동선수들의 징크스를 다룬 내용 중 일부였는데 여기서 '승리한다는 징크스'라는 말을 썼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징크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속옷을 갈아 입으면 경기에 진다는 징크스'라고 해야 옳은데 정반대의 말을 썼습니다.

어느 테니스 선수는 코트 안의 라인을 밟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코트 안의 라인을 밟으면 좋지 않은 것이 그 선수의 징크스이고 라인을 밟는 행위는 금기일 것이며, 라인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양벽이랍니다.

월드컵의 시즌이라 월드컵에 대한 온갖 징크스가 떠돌고 있는데 좋은 일이건 안 좋은 일이건 무조건 징크스라는 단어를 남발하기에 적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