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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삼 척 젓가락

by 골수야당 2012. 12. 18.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말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똑같다고...
사는 집, 입는 옷, 먹는 음식까지도 다 같다는 겁니다.
삼 척 길이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그 규칙마저도 다를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긴 저승 젓가락이 문제였습니다.
음식을 집어 먹으려고 해도 젓가락이 길어 입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팔을 굽히고 목을 빼고 몸뚱이를 아무리 비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남의 젓가락 끝에 매달린 고기를 먹으려고 입을 대다가 큰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삼 척 젓가락은 창처럼 찌르고 치는 무기가 됩니다.
유황불 속에 떨어진 사람들이 아비규환을 하는 지옥 풍경이 그대로 연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은 다릅니다.

음식을 집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 입에 넣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서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대화를 나눕니다.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므로 젓가락이 아무리 길어도 불편할 것이 없습니다.

천국에서는 산해진미의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웃음소리와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끊이지가 않습니다.

정말 그렇군요.

음식을 집어 자기 입으로 가져가면 지옥이 되고 남에게 먹여주면 천국이 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 속에 바로 천국이 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