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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3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끝이 났네요. 올해 들어 한 번도 녹화하지 못해 궁금하네요. 연재가 끝이 난 것인지 시간대가 변경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온종일 텔레비전만 볼 수 없어서 그런데 혹시 방송을 보신 분은 시간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방진우님 덕분에 끝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직접 문의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좋은 영상을 접하게 된다면 다시 연재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혹시 좋은 소재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2013. 1. 10.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따뜻한 청진기 청진기 하면 목에 청진기를 걸친 의사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이 나무막대기 끝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 놀이를 보고 프랑스의 의사 르네 라에네크(Rene Laennec, 1781~1826)가 발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거의 200년 전의 일이라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의사가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이 청진기를 사용해왔을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한국의 한 여의사처럼 청진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환자를 진찰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청진기가 갑자기 살에 닿으면 차갑습니다. 환자는 그것이 가슴이나 배에 닿는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지요. 임산부의 경우라면 배 안의 태아가 놀랄 것입니다. 그런데 60년 전 막 병원을 차린 한국의 한 여의사는 그 청진기를 자기 가슴에 품었습니다. 몸으로 데워진 .. 2012. 12. 24.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삼 척 젓가락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말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똑같다고... 사는 집, 입는 옷, 먹는 음식까지도 다 같다는 겁니다. 삼 척 길이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그 규칙마저도 다를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긴 저승 젓가락이 문제였습니다. 음식을 집어 먹으려고 해도 젓가락이 길어 입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팔을 굽히고 목을 빼고 몸뚱이를 아무리 비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남의 젓가락 끝에 매달린 고기를 먹으려고 입을 대다가 큰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삼 척 젓가락은 창처럼 찌르고 치는 무기가 됩니다. 유황불 속에 떨어진 사람들이 아비규환을 하는 지옥 풍경이 그대로 연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은 다릅니다. 음식을 집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 입에 넣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서로 고맙다고.. 2012. 12. 1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한석봉의 어머니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촛불을 끈 방 안에서 어머니는 가래떡을 썰고 아들은 붓을 들어 글씨를 썼지요. 어둠 속에서 고르게 빠르게 가래떡을 썰듯이 그렇게 글을 익히라고 한석봉의 어머니는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지금은 사람이 기계처럼 반복하는 노동의 시대가 아닙니다. 아무 뜻 없이 암기하고 길들이는 숙련공의 시대가 아니랍니다. 떡처럼 규격에 맞춰 내 꿈을 키워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불 꺼진 방이 아닙니다. 대낮 햇빛이 쏟아지는 벌판 360도로 열린 광장에서 가르치세요. 삐뚤빼뚤 글씨를 써도 좋으니 큰 붓을 들고 네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대지 위에 쓰라고....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2. 12. 11.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바람개비 바람 소리 내 심장의 박동소리 내 거친 발자국 소리가 바람을 만든다. 바람개비가 움직인다. 내 심장의 박동소리를 따라 내 거친 발자국 소리를 따라 노랗고 파랗고 빨간 바람개비들 생각과 느낌에 따라 수많은 바람개비들 바람이 멈추고 바람개비가 멈춰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내 발로 뛰어 바람을 만든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람개비는 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2. 12. 3.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양치기의 리더십 양치기가 양 떼를 모는 세 가지 방법. 첫째, 양치기가 앞장서서 간다! 푸른 초원을 향해 방향을 잡고 선두에서 길을 인도하면 그 뒤를 따라 양 떼들이 묵묵히 움직이지요. 양치기의 손에 든 지팡이는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이며 어둠을 밝혀주는 횃불 같은 구실을 합니다. 둘째, 양치기가 맨 뒤에서 간다! 양 떼들의 식욕에 맡겨두면 스스로 풀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여가지요. 다만 양치기는 뒤처지거나 길 잃은 양들을 지켜 주면 되는 것이지요. 이때의 지팡이는 감시와 관리의 힘을 낳습니다. 셋째, 양 떼의 한복판에서 간다! 인도자도 관리자도 아닌 동행자가 되는 것이지요. 양 떼와 섞여서 무리와 함께 초원을 찾아가지요. 양치기가 들고 있는 지팡이는 소통하는 전신주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혹은 안테나와 같은... 행.. 201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