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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해는 어디에서 뜨나

by 골수야당 2012. 10. 10.

섬에서 온 나그네와 산골에서 온 나그네가 도시에 와서 서로 말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해는 바다에서 뜨는 것이네."

"해가 왜 바다에서 뜨는가? 산에서 뜨지!"
"아, 이 양반아 내가 매일 두 눈으로 본 걸 모를까 봐."
"허, 이 사람아 내 눈은 눈이 아닌가?"

"거 여보쇼. 뭐 그런 것들 가지고 싸우시오."

그때 여관집 주인이 끼어들며 말했지요.
"내일 아침이면 다들 알게 될 거 아니오? 해는 바로 이 지붕 위에서 뜬다오."

3년 뒤 이들이 다시 만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섬에서 나와 육지를 여행한 사람은 해가 바다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산골 사람은 해가 산 위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관집 주인만은 아직도 해가 지붕 위에서 뜬다고 우길 것입니다.

여관집 주인이 아니라 나그네가 되세요.
진리는 나그네라는 말도 있지요.
머리보다 발로 생각하는 공간의 변화가 더 많은 삶의 진실을 이야기해 줍니다.

여관집 주인은 많은 나그네의 입소문을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가보지 않고서도 나그네들의 이야기로 귀동냥하지요.
블로그나 트위터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여관집 주인처럼 될지도 모르지요.

디지털만으로는 안 됩니다.
짚신을 신고 온몸으로 해 뜨는 곳을 찾아가는 나그네가 한번 되어 보세요.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