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에서 패주하고 대만으로 온 장제스의 군대가 처음 수도 장치를 보았을 때입니다.
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란 그들은 철물점으로 몰려가 수도꼭지를 사다가 벽에다 박고 틀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틀어도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군인들은 장사꾼에게 깜박 속은 줄로만 알고 가게로 쳐들어가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웃으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벽 속에 그리고 땅속에 묻혀있는 수도관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수원지의 물을 상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인문학은 당장 쓸모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수도꼭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문학(文學), 사학(史學), 철학(哲學)은 문화와 문명의 수원지이고 그 수도관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치나 경제도 그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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