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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람의 발자국

by 골수야당 2012. 6. 20.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는 것까지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 힘으로 다 했어요.
일기도 쓰고 성경도 읽고 우산 같은 물건도 만들었지요.

함께 울어주고 함께 손뼉 칠 사람은 없었지요.

사람 없는 섬이었으니까.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와서 제일 놀라고 무서웠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모래밭 위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이었지요.

무인도에서 제일 그리워했던 것이 사람이었는데,
목마르게 찾던 것이 사람이었는데
막상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을 때 그는 호랑이를 만난 것보다
사자를 만난 것보다 더 두려워했었지요.

야만인은 사람을 잡아먹고 문명인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팝니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사람.

그렇지요. 무인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천만 명이 사는 도시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발자국을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인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