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무지개가 된다고 하더니만...
이 이야기는 우리가 몹시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도시락을 싸가는 고학년이 되자 아이의 가슴은 부풀었지요.
기다리던 점심시간, 부러웠던 언니들처럼 신선한 식욕으로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그것은 새까만 꽁보리밥. 흰 쌀밥 도시락들 사이의 깜깜한 밥.
부끄러운 아이는 교실을 빠져나와 뒷마당에 숨었습니다.
어머니는 왜 도시락 먹지 않았느냐고 물으셨지만 그저 배가 아파서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이제는 꽁보리밥이라도 창피할 것 없다고
다음날 점심, 아이는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보세요. 이번에는 보리밥이 아니라 진주 알처럼 하얀 쌀밥.
이제는 눈물이 나 작은 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르며 도시락 뚜껑을 덮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도 물으셨지요. 왜 도시락 먹지 않고 그냥 왔느냐고...
아이는 또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려다가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지요.
다 알아요. 어머니도 입을 다무시고 눈물을 흘렸지요.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뜬다고 하더니만, 눈물이 무지개가 된다고 말하더니만
정말 먹지 못한 도시락을 사이에 두고 슬프고 슬픈데도 행복했어요.
(* 아주 가난했던 (X) -> 몹시 가난했던(O)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더할 수 없이 심하게'란 뜻을 나타내는 말은 '몹시'입니다. '아주'는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낼 때 씁니다. 최근 방송을 보면 '너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던데,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를 뜻합니다. 따라서 '너무(지나치게) 고맙다.'나 '너무(지나치게) 좋다.' 따위의 표현은 바르지 않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혼분식을 장려한다고 일부러 보리밥을 강요하던 학창시절 생각이 납니다.
의무적으로 30%는 보리를 섞어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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