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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3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골네트 공이 골 문 안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고 뿔 나팔을 불고 손뼉을 칩니다. 그러나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는 골네트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잘 기억해 보세요. 옛날 골네트의 그물 모양은 분명 사각형이었는데 어느새 육각형으로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벌집 구조를 응용한 골네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처음 등장한 것이라는데 그것을 상품화하여 세계에 널리 보급한 것은 일본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어망이 잘 팔리지 않자 신형 골네트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지요. 육각형의 벌집 모양을 허니콤 구조라고 부릅니다. 이 구조물을 첨단기술 분야에 응용하면 항공기의 벽이 되고 우주선의 몸체가 되기도 하지요. 허니콤 (honeycomb) 구조.. 2012. 7. 1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영원한 경주 사자는 정글에서 밤마다 기도하며 잠이 든다. 날이 밝고 아침이 와 가장 걸음이 느린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임을 걱정하면서... 가젤은 정글에서 밤마다 기도하며 잠이 든다. 날이 밝고 아침이 와 가장 걸음이 빠른 사자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밥이 되고 말 것임을 걱정하면서... 사자나 가젤이나 모두 알고 있다. 아침이 되어 태양이 떠오르면 모두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것은 세계의 경쟁자들이 모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들의 추임새 노래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줄을 더 붙이세요. 아무리 강한 사자도 새끼 사자에게는 약합니다. 아무리 약한 가젤도 새끼 가젤에게는 강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원천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잡아먹히는 가젤만 있어도, 잡아.. 2012. 7. 10.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눈물의 무지개 눈물이 무지개가 된다고 하더니만... 이 이야기는 우리가 몹시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도시락을 싸가는 고학년이 되자 아이의 가슴은 부풀었지요. 기다리던 점심시간, 부러웠던 언니들처럼 신선한 식욕으로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그것은 새까만 꽁보리밥. 흰 쌀밥 도시락들 사이의 깜깜한 밥. 부끄러운 아이는 교실을 빠져나와 뒷마당에 숨었습니다. 어머니는 왜 도시락 먹지 않았느냐고 물으셨지만 그저 배가 아파서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이제는 꽁보리밥이라도 창피할 것 없다고 다음날 점심, 아이는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보세요. 이번에는 보리밥이 아니라 진주 알처럼 하얀 쌀밥. 이제는 눈물이 나 작은 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르며 도시락 뚜껑을 덮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도 물으셨지요. 왜 도.. 2012. 7. 2.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비행기 뉴컴 교수가 인간은 절대로 공기보다 무거운 엔진을 달고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1901년의 일입니다. 그러나 1903년 12월 17일, 그 글의 인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전거포를 경영하던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았답니다. 키티호크의 풀밭에서 열기구나 글라이더처럼 바람에 떠다닌 것이 아니라 1마력의 무거운 엔진을 달고 12초 동안 36미터를 날았습니다. 활공이 아니라 비행을 한 것이지요. 신은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을 주었습니다. 지금 현실이 옛날에는 모두가 다 꿈이었지요.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에 갔을 때 그의 손에는 작은 천 조각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키티호크 상공을 날았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플라이어 1호의 바로 그 천 조각이었.. 2012. 6. 25.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람의 발자국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는 것까지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 힘으로 다 했어요. 일기도 쓰고 성경도 읽고 우산 같은 물건도 만들었지요. 함께 울어주고 함께 손뼉 칠 사람은 없었지요. 사람 없는 섬이었으니까.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와서 제일 놀라고 무서웠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모래밭 위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이었지요. 무인도에서 제일 그리워했던 것이 사람이었는데, 목마르게 찾던 것이 사람이었는데 막상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을 때 그는 호랑이를 만난 것보다 사자를 만난 것보다 더 두려워했었지요. 야만인은 사람을 잡아먹고 문명인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팝니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사람. 그렇지요. 무인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천만 명이 사는 도시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2012. 6. 20.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생각하기 '사랑'이라는 말의 원래 뜻은 '생각'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생각한다는 것을 사랑한다고 했지요. 희랍 말도 그래요.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해요. 거짓된 것은 금시 잊히지만, 진실한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남지요.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진실하고 순수한 것이었기에 죽을 때까지도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내 주변에 있는 이웃사람들을 생각하세요.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생각은 사랑을 낳고 진실은 많은 사람의 추억이 되어 영원히 살아납니다. 2012.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