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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글, 사진/이어령 80초 생각나누기 (終)3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작은 생각 등자(鐙子)는 사람이 말에 오를 때 필요한 발판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말 왼쪽에만 달았다고 해요. 그런데 누군가 말 오른쪽에다가도 똑같은 등자 하나를 더 달 생각을 했지요. 그 순간! 등자의 의미가 달라진 겁니다. 이제는 누구나 두 다리로 등자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도 마치 땅에 디디고 있는 것처럼 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고 깃발을 들고 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지 등자 하나 더 단 것인데 보세요. 말이 무서운 신무기로 변하여 일기당천(一騎當千) 말을 탄 기사(騎士) 하나가 천 명의 보병을 이기는 세상이 온 것이지요. 그래서 왕과 기사 계급과 기사도의 새로운 세력이 일어나 왕국의 크기가 달라지고 성곽의 높이가 달라졌지요. 기사들의 이야기가 로맨스가 되고 돈키호테 같은.. 2012. 8. 29.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코흐의 현미경 아프리카로 인도로 여행하며 모험을 즐기려던 젊은 의학도가 하나 있었지요. 걱정한 아내는 그를 정착시키려고 독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라크비츠에 병원을 차렸어요. (* 여행을 하며 (X) -> 여행하며(O), 걱정을 한 (X) -> 걱정한 (O) 굳이 조사 '-을/를/이/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쓰지 않습니다.) 환자가 뜸한 병원에서 그는 새장 속의 새처럼 살고 있었지요. 아내는 남편을 달래줄 생일선물을 마련했어요. 그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신기했던 현미경이었지요. 그러자 그는 현미경 속의 작은 세계에 사로잡혀 아주 딴 사람으로 변해버렸죠. 온종일 현미경으로 세균을 관찰하다가 드디어 탄저균을 발견해 가축과 많은 농부를 공포로부터 해방했습니다. (* 해방시켰습니다 (X) ->해방했습니다 (0) 최근에 행위자 .. 2012. 8. 22.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누구나 시인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하면 누구나 주먹을 쥐고 분노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이 매화를 '일본 살구(Japanese Plum)'라고 하고 은행나무를 일본 발음대로 '긴꼬(ぎんこう)'라고 불러도 화를 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상징인 나전칠기가 '재팬'이 되는데도, 인삼이 '진셍'이 되는데도 애국가의 동해 물이 '일본해의 물(Sea of Japan)'이 되는데도 관계없다고 한다면 머지않아 김치는 '기무치(Kimuchi, キムチ)'로 바뀔 것입니다. "장미는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답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믿지 마세요. 얼마 전 중국에서는 인터넷 투표로 나라 새(國鳥)를 단정학(丹頂鶴)으로 선정했지만 금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뜻밖에도 그 새의 학명이 '일본학(Japanese .. 2012. 8. 13.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활과 하프 보아라 이것은 활이란다. 화살을 걸고 그 줄을 당기면 반달 같던 활이 보름달처럼 커지고 팽팽한 활시위를 당기면 화살은 아주 빨리 아주 힘차게 날아간단다. 보아라 이것은 하프라는 악기란다. 큰 활처럼 생겼지. 이 줄들을 튕기면 아름다운 물방울 은방울 같은 예쁜 소리가 울린단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단다. 보아라 활은 사냥터에서, 전쟁터에서 쓰는 거란다. 하프는 그리고 가야금, 거문고, 바이올린. 줄 달린 모든 현악기는 활시위에서 생긴 거란다. 화살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목숨을 빼앗지만 줄 달린 악기들은 죽어있는 것들에게도 목숨을 준단다. 활은 전쟁, 하프는 평화.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가슴을 뚫고 적시는 노랫소리를 울리게 하라.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손끝에서 튕기는 맑은 생.. 2012. 8. 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오합혜 고흐의 구두. 고흐는 낡은 구두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비평가들은 그 구두를 놓고 이런저런 해석을 많이 했지만 서양 사람들은 그 구두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고흐의 그림을 좋아해서 그것을 동양풍으로 비슷하게 그린 '풍자개(豊子愷. 1898~1975)'라는 중국의 화가가 있었지요. 하지만 고흐의 구두를 모방해서 그린 스케치 그림은 아주 달랐습니다. 단단한 구두창이 막 벌레 한 마리를 밟아 죽이려고 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지요. 얼마나 많은 가죽 구두가 신고 다니는 주인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벌레를 밟아 죽였는지 아마 고흐는 몰랐을 것입니다. 알을 깨고 벌레가 나오는 초여름이 되면 옛날의 우리 농부들은 느슨하게 조인 짚신들을 만들어 신고 다녔습니다. 그것을 오합혜(五合鞋)라고.. 2012. 7. 31.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랑 사랑한다는 것.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검색해 보면 사랑이라는 말이 2,271번 나온다고 합니다. 영미 사람들은 'I love you'라고 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Je t'aime'라고 하고 독일 사람들은 'Ich liebe dich', 중국 사람들은 '我爱你'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여간해서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나', '너'라는 말 다 빼고 그냥 "사랑해."라고 하지요. 말하는 사람은 나인데, 듣는 사람이 너인데 사랑이라는 말은 광장에서 여러 사람에게 외치는 말이 아닌데 I Love You 나와 너가 없는 것이지요. 사랑은 나와 너가 하나가 되는 것 사랑은 너, 나가 있으면 이미 사랑이 아닌 것. 하트 모양으로 두 손이 하나가 되는 것, 왼손 오.. 2012.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