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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누기37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아름다움이 힘 이라크 북쪽 샤니다르 동굴 수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옛날 원숭이와 다름없었던 그들이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썼던 것이지요.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무덤 속에서 꽃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근처에서는 피지 않는 꽃, 아주 먼 곳에 가야만 따올 수 있는 그런 꽃이라 했습니다. 대체 어느 짐승이, 어느 원숭이가 죽은 자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꽃을 뿌릴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입니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짐승도 할 수.. 2012. 5. 2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람이 보이지 않는 금덩이 제나라 사람이 시장에서 금덩이를 훔치다가 잡혀 왔어요. 재판하던 원님이 기가 막혀 물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놈아, 어쩌자고 그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대낮에 금덩이를 훔쳤느냐?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러자 도둑은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사또님,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제 눈에는 오직 금덩이만 보였거든요." 한국인 두 형제가 길을 가다 금덩이를 주웠지요. 횡재를 한 형제는 사이좋게 금덩이를 나눈 다음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배가 강 가운데에 이르자 아우가 갑자기 금덩이를 물속에 던져버리는 거예요. "뭐하는 거야?" 형이 놀라 소리치자 아우가 말합니다. "형님, 금덩이를 보자 제 마음이 갑자기 달라졌어요. '형님이 없었다면 저 혼자 금덩이를 차지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아 금덩이와 함.. 2012. 5. 23.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먼 미래 '어제'라는 말은 토박이 한국말이지요. '오늘'이라는 말도 토박이 한국말이지요. 그런데 '내일'이라는 말은 웬일인지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과거도 현재도 있는데 내일이란 우리말을 잃어버린 민족. 분명히 어제와 오늘처럼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한숨을 쉬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왜냐하면, 내일보다 더 먼 '모레'라는 말, '글피'라는 말 심지어 '그글피'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요. 같은 불교라도 한국에 오면 오늘의 부처가 아니라 56억 7천만 년 뒤에 인간을 구제하러 온다는 미륵불이지요. 그래서 지금 백 년의 압제가 천 년의 가난이 만 년의 탈출이 번영의 꽃으로 피어나려고 해요. 모레와 글피와 그글피를 위해서 침향의 전설처럼 향기로운 나무를 가슴에 묻어두세요. 천 년 뒤에 캐낼 침향목 하.. 2012. 5. 14.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어미 곰처럼 곰의 모성애는 인간보다 더 깊고 따뜻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것이 두 살쯤 되면 어미 곰은 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고 합니다. 어린 새끼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잠시 어미 곰을 잊게 되지요. 그 틈을 타서 어미 곰은 아주 몰래 새끼 곰의 곁을 떠난다는 겁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왜 혼자 버려두고 떠나는 걸까요? 그건 새끼가 혼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새끼 곰을 껴안는 것이 어미 곰의 사랑이듯이 새끼 곰을 버리는 것 또한 어미 곰의 사랑인 거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차가운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몰래 떠나는 슬픈 연습도 해둬야 합니다. 그게 언제냐고요? 벌써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잡았던 두 손을 놓아주었던.. 2012. 5. 7.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랑의 매 못된 아이, 청개구리처럼 엄마 말을 안 듣는 말썽꾸러기 아이가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그때마다 어머니는 매를 들었습니다. 달래고 겁을 주고 매를 들어도 아이는 날로 더 빗나갔습니다. 종아리에서 피가 흐르도록 매를 많이 맞던 날 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이 아파 잠든 아이의 매 자국을 몰래 살펴보았습니다. 온통 피멍이 든 매 자국으로 아이의 종아리에는 성한 곳이 없었지요. 이제는 매를 때릴 자리조차 남아있지 않았지요. 어느새 어머니의 손은 아이의 종아리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방울은 아이의 멍든 맷자국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자는 줄만 알았던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엉엉 울면서 어머니에게 빌었습니다. "엄마.. 2012. 5. 1.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결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 나무에는 나뭇결, 물에는 물결, 사람의 살에는 살결이 있다. 머리에도 머릿결이 있고 눈에도 눈결이 있고 마음에도 마음결이 있다. 종이를 찢을 때 결대로 찢지 않으면 찢기지 않듯이 옥을 갈 때에도 결을 거스르면 흔한 돌과 다름없이 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자의 리(理)는 옥돌의 결을 뜻한 것. 이치(理致)를 밝히고 순리(順理)를 따르고 사리(事理)를 따지고 분별하는 말에는 모두 옥돌의 결을 따라가는 리(理)자가 붙어있다. 모든 일에서 그 결을 찾아보라. 마음의 결, 삶의 결을 찾아 따라가 보라. 거스를 때보다 더 쉽고 편하게 창조의 힘을 얻을 수 있잖아요. 201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