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히트상품 1위로 선정된 막걸리, 지난해 매출이 45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전년(2008년, 3000억원)보다 50%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10월 23일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인 CNN은 막걸리 특집 보도를 하면서 "재기(a strong comeback)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을 하는 사람이 많다. 2012년엔 1조원 시장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막걸리 열풍의 뒤에는 냄새와 트림 개선 등 품질 개선, 값싼 술 이미지를 탈피한 고급화, 전통과 웰빙을 앞세운 차별화, 젊은 여성·골프 애호가까지 소비계층을 넓힌 마케팅 노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막걸리는 별명이 많은 서민의 술이다. 원래는 쌀과 누룩으로 빚어 '막 걸러낸' 술이라 하여 막걸리다. 농사철에 마셔서 농주(農酒), 맑지 못해서 탁주(濁酒), 하얘서 백주(白酒)라고도 불렸다. 배꽃(梨花)이 필 때 막걸리용 누룩을 빚는다고 이화주라고도 했다.
만드는 법은 이렇다. 쌀, 찹쌀, 보리, 옥수수, 조 등을 찐 뒤 수분을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는다.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키다가 그대로 걸러낸다. 거르기 전에 대바구니(용수)를 박아서 떠내면 청주(맑은 술), 물을 더 넣어 걸쭉하게 걸러내면 탁주(막걸리)다. 용수는 일종의 체다. 거르지 않아서 밥풀이 그대로 떠 있으면 동동주다. 과거 서민들은 청주보다 탁하지만 양이 많은 막걸리를 선호했다. 걸쭉한 식감만큼이나 영양 만점의 술이다. 발효되는 도중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과 생리활성물질, 생효모, 유산균이 생성된다.
이 중 효모는 술의 발효를 도울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열량은 100mL당 46㎉로 콜라, 사이다(40㎉)나 맥주(37㎉) 수준이다. 같은 양의 포도주(70∼74㎉), 소주(141㎉), 위스키(250㎉)보다 훨씬 낮다.
알코올 함량(도수)은 6∼7%다. 100mL당 알코올이 6∼7g 함유돼 있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에게 인기 높은 5대 술 가운데 맥주(4.5%)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지만 포도주(12%), 소주(25% 물론 예전 ^^), 위스키(43%)보다는 낮다. 일반적인 독주의 기준(알코올 20% 이상)을 훨씬 밑도는 순한 술이다.
그러나 곡주답게 음주 뒤 숙취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나 포도주 등 곡주, 과실주는 소주, 위스키 등 희석주나 증류주에 비해 숙취가 심하다. 발효균 중에 잡균이 섞여 있거나 발효할 때 아세트알데히드 등 숙취 성분이 생성될 수 있어서다.
발효 식품이자 슬로푸드(slow food)인 막걸리가 포도주 못지않은 웰빙주로 뜰 소지는 있다. 그러나 포도주의 라스베라트롤(항산화 성분)처럼 전 세계인에게 강렬하게 입력된 웰빙 성분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막걸리의 건강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도 태부족하다. 웰빙 성분 후보군으론 유산균, 펩타이드(단백질 성분) 등이 거론되나 저마다 약점이 있다. 특히 열처리한 막걸리엔 유산균이 살아남지 못한다.
막걸리도 술이므로 과음은 곤란하다. 남성은 하루 360mL, 여성은 180mL 이하로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부패균이 좋아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만큼 상하기 쉽다. 냉장고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빨리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생막걸리는 1주일, 열처리한 것은 1달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마실 때에는 반드시 흔들어 마시는 것이 이익이다. 술병이나 팩 바닥에 가라앉은 소중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다.
동의보감엔 막걸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주재료인 누룩은 한방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한약재다. 한방명은 '신곡'이다. 한방에서 신곡은 위와 장 기능을 돕는 약재로 친다. 식사 뒤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 한 잔을 추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앙SUNDAY. 2010.07.0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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