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16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해는 어디에서 뜨나 섬에서 온 나그네와 산골에서 온 나그네가 도시에 와서 서로 말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해는 바다에서 뜨는 것이네." "해가 왜 바다에서 뜨는가? 산에서 뜨지!" "아, 이 양반아 내가 매일 두 눈으로 본 걸 모를까 봐." "허, 이 사람아 내 눈은 눈이 아닌가?" "거 여보쇼. 뭐 그런 것들 가지고 싸우시오." 그때 여관집 주인이 끼어들며 말했지요. "내일 아침이면 다들 알게 될 거 아니오? 해는 바로 이 지붕 위에서 뜬다오." 3년 뒤 이들이 다시 만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섬에서 나와 육지를 여행한 사람은 해가 바다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산골 사람은 해가 산 위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관집 주인만은 아직도 해가 지붕 위에서 뜬다고 .. 2012. 10. 10. 한국의 유산 - 한글날 1926년 음력 9월 29일 서울에 모인 조선어연구회 학자들. 훈민정음 반포 480년을 맞아 처음 만든 이름 가갸날. 가갸 거겨 민족의 얼과 혼을 담아온 한글을 기리는 최초의 기념일. '가갸날이 낫서요 가갸날 끗업는 바다에 쑥소서오르는 해처럼 힘잇고빗나고 두렷한가갸날' - 한용운 '가갸날' 중 (1926) 1928년 '한글날'로 개칭 1945년 10월 9일로 변경 우리말 말살정책과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한글, 한글날. "광복되던 1945년 (새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의 기록에 (반포일이) 9월 상한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것에 따라서 양력으로 바꾸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 566돌 한글날 겨레와 함께해 온 한글날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2012. 10. 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마음의 계산법 어머니가 시골에서 군에 있는 아들을 보려고 왔습니다. 아직도 따뜻한 떡 보자기를 받아든 아들은 목이 메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다가 떠나는 어머니의 외투 주머니 속에 그동안 아껴 두었던 만 원 지폐 한 장을 차비에 보태시라고 몰래 넣어 두었지요.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와 떡 보자기를 펼치니 급할 때 용돈으로 쓰라는 어머니의 짧은 사연과 함께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끼어 있었지요. "자랑스런 아들아. 떡 사이좋게 노나 먹고 이건 맛난 거 챙겨 먹고 급할 때 쓰니라." 아들은 어머니에게 만 원을 주었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만 원을 주었으니 주고받은 금액을 숫자로 계산해 보면 0원이 되지요. 그러나 어머니는 분명 아들에게서 만 원을 받았고 아들은 분명 어머니에게서 만 원의 용돈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숫.. 2012. 10. 2. 한국의 유산 -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정상, 아홉 개의 돌계단과 자연석을 쌓아 만든 거대한 석단. 중요민속문화재 제228호 태백산 천제단(太白山 天祭壇) 매년 10월 3일 하늘을 열어 나라를 세운 날을 기리는 개천대제(開天大祭)를 열다. 逸聖尼師今 五年十月 北巡親祀太白山 '일성왕 5년 10월에 왕이 친히 태백산에 올라 천제를 올렸다.' 원형 제단 천왕단(天王壇)은 하늘이요 직사각형의 하단(下檀)은 땅이며 삼각형인 장군단(將軍檀)은 사람이니 민족의 성산, 태백산에 천지인(天地人)을 담다. "태백산 천제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제천제단으로서 신라 시대부터 현재까지 그 제례의식이 전승되고 있는데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김선풍 (중앙대 민속학과 명예교수) 태백산 천제단(太白山 天祭壇) 반만년 홍익인간의 맥을 이어가는 민족.. 2012. 10. 1.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하나밖에 없는 사람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성당의 천장화를 그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라파엘로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왕은 그가 딛고 서 있는 사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는 때마침 들어온 재상에게 지시합니다. "이보게, 저 사다리 좀 잡아주게." 그러자 재상이 황당해하며 "폐하, 일국의 재상이 저런 환쟁이의 사다리를 붙잡아 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자 왕은 "자네 목이 부러지면 재상 할 사람이 줄을 지어 서 있지만 저 화가의 목이 부러지면 누구도 저런 그림을 대신 그릴 사람이 없다네." 1등 다음에는 2등이 있지요. 1등이 없어지면 2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면 그는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할 .. 2012. 9. 26. 한국의 유산 - 자린고비의 나눔 조선 숙종시대 충북 음성에 살았던 조륵(趙玏)의 일화. 신발이 닳는 게 아까워 맨발로 다니고 굴비를 천정에 걸고 바라보기만 했다 하여 지어진 별명 자린고비(玼吝考妣). 철저한 검약정신으로 구두쇠라 불리며 어렵게 모은 만석꾼의 부(富) 흉년에 굶주리던 이웃들에게 전 재산을 나눠주고 빈민구제에 헌신하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두 해에 걸쳐 흉년이 들어서 많은 사람이 굶주리게 되었는데 그가 모았던 재물을 다 풀어서 구호를 해서 임금님께서 벼슬을 내렸는데도 받질 않았다고 합니다." - 한종구 (한국교통대학교 한국어 문학과 교수) 벼슬도 마다한 그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새로운 헌사 자인고비(慈仁考碑). 자린고비(玼吝考妣)의 나눔. 시대가 지나도 바래지 않는 아름다운 실천입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 2012. 9. 24.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