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3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수도꼭지와 수돗물 중국 본토에서 패주하고 대만으로 온 장제스의 군대가 처음 수도 장치를 보았을 때입니다. 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란 그들은 철물점으로 몰려가 수도꼭지를 사다가 벽에다 박고 틀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틀어도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군인들은 장사꾼에게 깜박 속은 줄로만 알고 가게로 쳐들어가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웃으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벽 속에 그리고 땅속에 묻혀있는 수도관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수원지의 물을 상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인문학은 당장 쓸모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수도꼭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문학(文學), 사학(史學), 철학(哲學)은 문화와 문명의 수원지이고 그 수도관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치나 경제도 .. 2012. 6. 7.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아름다움이 힘 이라크 북쪽 샤니다르 동굴 수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옛날 원숭이와 다름없었던 그들이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썼던 것이지요.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무덤 속에서 꽃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근처에서는 피지 않는 꽃, 아주 먼 곳에 가야만 따올 수 있는 그런 꽃이라 했습니다. 대체 어느 짐승이, 어느 원숭이가 죽은 자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꽃을 뿌릴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입니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짐승도 할 수.. 2012. 5. 28.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람이 보이지 않는 금덩이 제나라 사람이 시장에서 금덩이를 훔치다가 잡혀 왔어요. 재판하던 원님이 기가 막혀 물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놈아, 어쩌자고 그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대낮에 금덩이를 훔쳤느냐?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러자 도둑은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사또님,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제 눈에는 오직 금덩이만 보였거든요." 한국인 두 형제가 길을 가다 금덩이를 주웠지요. 횡재를 한 형제는 사이좋게 금덩이를 나눈 다음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배가 강 가운데에 이르자 아우가 갑자기 금덩이를 물속에 던져버리는 거예요. "뭐하는 거야?" 형이 놀라 소리치자 아우가 말합니다. "형님, 금덩이를 보자 제 마음이 갑자기 달라졌어요. '형님이 없었다면 저 혼자 금덩이를 차지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아 금덩이와 함.. 2012. 5. 23.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먼 미래 '어제'라는 말은 토박이 한국말이지요. '오늘'이라는 말도 토박이 한국말이지요. 그런데 '내일'이라는 말은 웬일인지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과거도 현재도 있는데 내일이란 우리말을 잃어버린 민족. 분명히 어제와 오늘처럼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한숨을 쉬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왜냐하면, 내일보다 더 먼 '모레'라는 말, '글피'라는 말 심지어 '그글피'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요. 같은 불교라도 한국에 오면 오늘의 부처가 아니라 56억 7천만 년 뒤에 인간을 구제하러 온다는 미륵불이지요. 그래서 지금 백 년의 압제가 천 년의 가난이 만 년의 탈출이 번영의 꽃으로 피어나려고 해요. 모레와 글피와 그글피를 위해서 침향의 전설처럼 향기로운 나무를 가슴에 묻어두세요. 천 년 뒤에 캐낼 침향목 하.. 2012. 5. 14.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어미 곰처럼 곰의 모성애는 인간보다 더 깊고 따뜻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것이 두 살쯤 되면 어미 곰은 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고 합니다. 어린 새끼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잠시 어미 곰을 잊게 되지요. 그 틈을 타서 어미 곰은 아주 몰래 새끼 곰의 곁을 떠난다는 겁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왜 혼자 버려두고 떠나는 걸까요? 그건 새끼가 혼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새끼 곰을 껴안는 것이 어미 곰의 사랑이듯이 새끼 곰을 버리는 것 또한 어미 곰의 사랑인 거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차가운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몰래 떠나는 슬픈 연습도 해둬야 합니다. 그게 언제냐고요? 벌써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잡았던 두 손을 놓아주었던.. 2012. 5. 7.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 사랑의 매 못된 아이, 청개구리처럼 엄마 말을 안 듣는 말썽꾸러기 아이가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그때마다 어머니는 매를 들었습니다. 달래고 겁을 주고 매를 들어도 아이는 날로 더 빗나갔습니다. 종아리에서 피가 흐르도록 매를 많이 맞던 날 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이 아파 잠든 아이의 매 자국을 몰래 살펴보았습니다. 온통 피멍이 든 매 자국으로 아이의 종아리에는 성한 곳이 없었지요. 이제는 매를 때릴 자리조차 남아있지 않았지요. 어느새 어머니의 손은 아이의 종아리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방울은 아이의 멍든 맷자국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자는 줄만 알았던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엉엉 울면서 어머니에게 빌었습니다. "엄마.. 2012. 5. 1. 이전 1 ··· 3 4 5 6 7 다음